<글쓴이 신석준> 20년 전에 사회당 대표를 지낸 것이 인생의 가장 굵직한 이력입니다. 지금은 정직한 모색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낡은 생각에 얽매이지 않고 편견 없이 만날 관계와 상호작용들이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비전을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AI와 ‘돈’에 관심이 많습니다. 전문가들에게 배운 것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알아듣기 쉽게 알려주는 것을 재미있어 합니다.
미국의 새로운 설계
닉슨 쇼크(Nixon Shock)
1971년 8월 13일, 미국 대통령 닉슨은 재무장관 존 코널리, 연방준비제도 의장 아서 번스, 대통령 국제경제담당 보좌관 피터 피터슨 등 경제외교 핵심 참모 16명을 은밀하게 캠프 데이비드로 불러들입니다. 평소 정적들에게 ‘음흉하고 복수심이 강하며 불안한 성품’이라고 평가받던 닉슨이었기 때문에 비밀회의는 심심치 않게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날 회의는 세계 경제의 틀을 완전히 뒤바꿀 만한 중대한 사안이었습니다.
이틀 뒤인 8월 15일 저녁, 닉슨은 당시 최고 인기드라마였던 보난자(Bonanza) 정규 방송까지 끊고 긴급성명을 발표했습니다.
① 금과 달러 교환을 중단한다.
② 모든 수입품에 특별 관세 10%를 부과한다.
③ 미국 내 모든 임금과 물가를 동결한다.
역사는 이를 닉슨 쇼크라고 비교적 우아한 말로 표현합니다만, 그냥 배 째라는 이야기입니다. 배 째라는 상대에게 가장 효과적인 대응 방법은 실제로 배를 쨀 각오로 달려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 힘이 있는 세력도, 나라도 없었습니다. 오만한 재무장관 코널리는 한술 더 떴습니다. “달러는 미국 통화지만, 당신들의 문제”(The dollar is our currency, but your problem)라고 큰소리쳤습니다. 미국의 부채와 인플레이션을 전 세계에 떠넘기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전형적인 뒷골목 양아치 행태였습니다.
1944년 합의한 브레턴우즈(Bretton Woods) 협정은 휴짓조각이 되었습니다. 27년 동안 세계경제를 지탱했던 달러의 힘은 ‘35달러를 가져오면 금 1온스(28.3465g)로 바꿔준다’는 미국의 보증이었습니다. 1945년 당시 전 세계 금 74%를 보유하고 있던 미국의 보증을 믿고 세계 각국은 자국 통화를 달러에 고정했습니다. 겉보기에 안온한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 시각에서 보면 이는 매우 불편했습니다. 브레턴우즈 체제를 한마디로 하면 미국은 금 보유량만큼만 달러를 찍어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소련과의 군비경쟁, 베트남전 전비조달, 복지지출 확대 등 돈 쓸 곳은 널려 있었습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면 생선이 온전하기 어렵습니다. 생선을 특별히 좋아하는 고양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습니다. 달러 뿌리기가 특기인 미국은 달러를 펑펑 찍어냈습니다. 물 쓰듯 썼습니다. 금 보유량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1971년 4월, 마침내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달러가 폭락하고 금값이 치솟았습니다. 브레턴우즈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1971년 7월 스위스가 5,000만 달러, 프랑스가 2억 달러를 금으로 바꿔갔습니다. 영국은 불안했습니다. 8월 9일 무려 30억 달러를 금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합니다. 미국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금과 달러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렸습니다.
1971년 8월 15일 이후 다른 세계가 열렸습니다. 실물 자산 담보가 필요 없으니 미국 정부는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달러를 끝도 없이 발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미국은 달러를 끝도 없이 찍어대기 시작했습니다.
끝이 보이는 신용 화폐시대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그런데 있었습니다. 미 연방정부는 50년 넘게 어떤 실물 자산의 근거도 없이 달러를 찍어대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기존에 발행한 국채의 원금과 이자를, 새로운 국채를 발행해서 갚고 있습니다. 폰지사기와 형태가 같습니다.
이제 50년 신용화폐 시스템은 임계점에 도달했습니다. 2026년 5월 현재 미 연방정부의 부채는 39조 2천억 달러(5경 9,000조 원)입니다. 올해 대한민국 예산이 727조 9,000억 원이니, 80년 넘게 한 푼도 안 쓰고 꼬박 모아야 하는 규모입니다. 엄청나지요. 그러니 달러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습니다.
첫째, 엄청난 규모의 이자입니다. 미 연방정부가 1년에 갚아야 할 국채 이자 비용만 1조 달러가 넘습니다. 국채 이자 비용이 국방비를 추월하고 있습니다. 국방비를 줄이면 미국의 패권이 약해집니다. 그러면 신용이 떨어지고, 신용이 떨어지면 국채 수요가 줄어듭니다. 이렇게 되면 달러를 발행할 여력이 줄어듭니다. 악순환입니다. “국가 부채 상환을 위한 이자 비용이 국방비를 넘어서는 국가는 필연적으로 패권을 상실한다”는 퍼거슨 법칙의 저주가 눈앞에 있습니다.
둘째, 인플레이션도 문제입니다. 현재 미국의 달러 발행 시스템은 실물 자산의 담보 없이 발행하기 때문에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 국민의 재산을 은밀하게 수탈하는 보이지 않는 세금과도 같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재산을 수탈당한 국민은 구매력이 떨어지고 당연히 경제는 활력을 잃게 됩니다.
셋째, 낡은 국제 금융 인프라입니다. 오늘날 달러를 실어나르는 SWIFT 시스템은 1973년부터 쓰고 있습니다. 낡을 대로 낡았지요. 기존 시스템은 승인-검증-상계-결제라는 4단계 관문을 거칩니다. 단계마다 네트워크 통행세(수수료) 약 3%를 강제로 내야 하고 시간도 최소한 이틀 이상 걸립니다. 조금 어려운 이야기입니다만 월가의 핵심 청산소 미국예탁결제원(DTCC)은 수천만 건의 거래를 일일이 송금하지 않고 차액만 계산하는 ‘상계(Netting)’ 기술을 독점하며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챙기고 있습니다.
넷째, 낡은 금융 시스템은 AI와 맞지 않습니다. 기존 은행 시스템은 사람을 위해 설계되어, 법적 인격과 신분증이 없는 AI 에이전트는 계좌를 개설하거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돈을 쓰기 위해서는 매번 인간 주인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그런 것은 AI 에이전트가 아닙니다.
미국은 이처럼 넘기 어려운 한계들을 어떻게 넘으려 하고 있을까요? 금융 공학을 통한 미국의 새로운 설계를 조금만 엿보겠습니다.
첫 번째 기둥, RWA(Real World Asset, 실물연계자산)
미국은 금, 비트코인, 국유 부동산 등을 RWA로 전환하여 전 세계 유동성을 흡수하는 ‘금융 연금술’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개념을 설명하면 복잡하기만 하니 미국 연방 국부펀드(SWF)의 구상을 보겠습니다.
① 정부 비축 금(金) 8,000톤, 범죄자로부터 몰수한 비트코인 30만개, 정부 비축 비트코인 100만 개, 40조 달러로 추정되는 국유 부동산 등을 한데 모아 국부펀드에 출자하고, 이를 RWA로 변환하여 관리한다.
② 실물 담보물을 바탕으로 증권(채권)을 발행하여 달러를 빨아들이고, 이를 통해 국가 부채를 해결하며 시스템 내 신용을 창출한다.
③ RWA 토큰을 1등급 자산으로 규정하여 월가 은행들이 할인(Haircut) 없이 즉시 매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④ RWA 도입으로 담보물 소유권 이전이 이틀에서 5초로 단축된다. 단 하나의 담보물이 초고속으로 은행 사이를 오가며 무한대에 가까운 신용을 창출한다.
핵심은 ④번입니다. 금본위제 시절 달러의 가장 큰 한계는 금 보유량만큼만 달러를 발행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닉슨 쇼크는 달러와 금의 연결을 끊어 달러를 무한정 발행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패권과 군사패권이 저물면서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RWA도 담보 기반 시스템입니다. 그러니 달러는 담보물 가치만큼만 발행할 수 있습니다. 언뜻 보면 1971년 8월 15일 이전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아닙니다. 비밀이 있습니다.
월가는 담보물의 거래 속도를 5초로 줄여 담보물을 무한 복제하는 마법을 부립니다. 실물 금 1톤을 기반으로 달러를 발행하면, 금 1톤은 그냥 그대로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RWA로 바꾸어 은행 간 거래시장(REPO)에 올려놓고 거래속도를 높이면 장부상 금은 2톤, 3톤, 4톤… 무한히 증식하는 마법을 보여줍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요? 그러니 연금술이지요. 중세의 연금술은 진짜 금은 만들지 못하고 엉뚱하게 화학 발전으로 이어졌지만, 자본주의 연금술은 가상공간에서 금을 무한대로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거품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거품입니다. 더 나아가면 인간이 사는 세상 99.99%가 텅 빈 공간이라고 하더군요.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새로운 설계의 전제, AI 에이전트
지금까지의 모든 경제 시스템은 사람을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지구상 인구가 대략 80억 명이니 경제 주체도 그 이상 되겠지요. 그러나 앞으로 경제는 수조 개의 AI에이전트가 주도하는 AI 경제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인간의 허락을 받지 않고 AI가 알아서 돈을 소비하는 시대는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인터넷상에서 활동하는 AI 에이전트는 약 1억 5천만 개로 추정됩니다. 3년 이내 20억 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2030년이 되면 전체 온라인 거래의 25% 이상을 AI 에이전트가 중개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AI 에이전트는 무엇일까요?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사람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냉장고가 주인의 건강상태를 파악하여 다음날 아침 먹을 재료를 주문하고 결제를 마칩니다. 그런 다음 배송을 받아 가전제품을 이용해서 요리해서 내놓고 주인을 깨우는 존재가 AI 에이전트라고 하면 조금 모습이 그려질까요?
그러나 AI에이전트 경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만만치 않습니다. 기존 금융 시스템의 낡은 법, 기술, 시간의 장벽이 AI에이전트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AI에이전트는 암호화폐 지갑으로 존재를 증명하는데 기존 금융 시스템은 신분증과 본인인증 문자를 요구합니다. AI 에이전트는 24시간, 365일 잠들지 않고, 수백만 건의 거래를, 밀리초 단위로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은행은 영업시간이 지나면 문을 닫습니다. 외화 송금은 아무리 빨라도 최소한 이틀 걸립니다.
무엇보다 AI 에이전트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수수료의 모순입니다. AI 에이전트가 데이터를 가져올 때 발생하는 비용은 약 1원(0.001달러)입니다. 그러나 기존 신용카드 최소 결제 수수료는 약 400원(0.3달러)입니다. 1원을 결제하기 위해 400원을 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구조는 AI의 근본인 수학의 원리에 어긋나기 때문에 작동할 수 없습니다. 치명적인 결함입니다.
또 하나의 기둥, 스테이블코인
이 모든 난관을 뚫고 등장한 구원자가 스테이블코인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AI와 알고리즘이 스스로 결제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탄생한 화폐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다음 두 가지가 핵심입니다.
① 실물 달러와 1:1로 연동한다.
②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발행사가 준비금의 100%를 미 국채로 보유해야 한다.
2008년 등장한 비트코인의 목표는 금융기관 없이 가치를 이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극심한 변동성 때문에 결제수단이 아닌 투자자산에 머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자리를 메운 것이 스테이블코인입니다. 1달러=1코인을 영원히 유지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스테이블코인의 오늘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어떤 이득이 있을까요? 이익이 나지 않는 일에 움직이는 자본은 없습니다. 테더, 서클 등은 그 자체로는 수익이 나지 않는 달러를 그냥 쌓아두지 않습니다. 대신 수익성과 안전성을 함께 갖춘 RWA 채권을 매입하여 수익을 창출합니다. 현재 일개 스테이블코인 발행회사인 테더가 보유한 미국 국채가 한국이나 독일, 사우디아라비아의 보유량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②번 덕분에 미국 재무부는 손대지 않고 코를 풀게 됩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USDT(테더)나 USDC(서클)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사들이면, 발행사가 자동으로 미국 국채를 매입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미국 정부의 부채를 대신 갚아주는 구조가 형성됩니다. 1971년처럼 양아치 짓을 하지 않아도 전 세계 사람들이 알아서 미국 정부의 빚을 갚아주는 마법을 부리게 되는 것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화폐입니다. 현재 AI 에이전트 결제 99%가 서클이 발행한 USDC를 쓰고 있습니다. AI 사이에서는 이미 표준 화폐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은 어떤 지역에서는 자국화폐보다도 더 유용하며, 더 안정적입니다. 전 세계 성인 가운데 은행계좌가 없는 사람이 13억 명입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가지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보내듯 송금할 수 있습니다. 필리핀 해외 노동자들은 1년에 400억 달러를 스테이블코인으로 고국에 송금합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월급을 받자마자 달러스테이블코인 USDT로 환전하여 211%에 달하는 자국 통화 인플레이션 위험에서 벗어납니다.
이러한 자극은 미국의 정책에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2019년 미 의회는 달러의 지위를 위협한다며 메타(페이스북)의 자체 스테이블코인 ‘리브라’ 프로젝트를 폐기하도록 압박했습니다. 5년 뒤인 2024년 미국은 테크기업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고 미국 국채를 담보로 가지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트럼프 일가는 직접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에 뛰어들어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였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화폐
RWA와 스테이블코인이 만들어낸 세상에서 화폐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른바 프로그래머블 머니(Programmable Money)입니다. 미리 정한 조건이나 스마트 계약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스스로 이동하거나 사용처를 통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주문한 물품 배송이 완료되면 결제하라’거나 ‘배송된 물품에 이상이 없을 경우 결제하라’는 식으로 조건을 붙일 수 있습니다. 재난지원금이나 보조금처럼 사용처를 제한할 수도 있습니다.
돈은 무엇보다 소유자에게 ‘위험하지 않게 얼마나 벌어주느냐?’가 핵심입니다. RWA와 스테이블코인이 매력적인 것은 무엇보다 압도적인 수익률과 효율성 그리고 안정성입니다. 미국 RWA 담보 채권은 7.5%의 무위험 수익률을 보장합니다. 기존 국채 수익률(약 5%) + 월가금융 공학을 통한 추가 수익(약 2.5%)을 더한 초우량 안전 자산입니다. 게다가 디지털 자산은 조각내기가 쉽기 때문에 소액으로 전 세계에서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며칠씩 걸리던 기존 금융 결제와 달리, 블록체인상에서 24시간 365일 실시간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자본 효율성이 극대화됩니다.
이렇게 되면 전 세계 투자자들은 자국 통화를 팔고 가장 안전하면서도 수익률이 높은 미국 RWA 디지털 채권으로 대거 이동하게 되며, 이는 전 세계적인 유동성 블랙홀로 작동하게 됩니다. 이는 주변국에게 치명적인 자본 이탈과 통화 주권 상실의 위기를 가져옵니다. 국내 투자자들이 원화를 달러로 바꿔 미국 RWA를 매입하기 시작하면 환율이 급등하고 국내 주식 시장과 토큰 생태계가 무너질 위험이 있습니다. 아울러 AI 에이전트 결제나 이커머스가 달러 기반 코인으로 기본 설정될 경우, 원화의 입지는 급속히 사라지게 됩니다.
또한 RWA 블랙홀은 단순히 돈을 끌어모으는 것을 넘어, 적대 세력이나 국가를 무력화하고 통제하는 무기로 쓸 수 있습니다. 만약 중국이나 러시아가 달러 패권을 약화시키기 위해 금과 비트코인을 매집하면 가격이 오르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확보한 담보물의 가치가 폭증하여 오히려 미국 RWA의 힘이 강해집니다. 공격을 강하게 할수록 상대 힘이 강해지는 모순 구조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프로그래머블 머니 시대는 물리적 제재의 한계를 넘어, 컴퓨터 코드를 통해 적대국의 자산을 온체인 상에서 즉시 동결하거나 가치를 50~80% 이상 할인할 수 있습니다. 완벽한 금융 통제망을 구축하는 것이지요. 작년에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하겠다고 억지를 부렸습니다. 그러자 유럽 국가들이 연대하여 미국 국채를 팔겠다고 위협했습니다. 트럼프가 꼬리를 내렸지요. 그러나 프로그래머블 머니 시대라면 다릅니다. 최악의 경우 미국이 적대국에 판매한 디지털 자산을 말도 안 되는 할인율로 무력화할 수 있습니다. 물론 거래 원칙에는 어긋납니다. 그러나 러시아와 이란의 해외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도 거래 원칙에는 위배되는 일입니다.
결국, RWA와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자산이나 결제 수단이 아닙니다. 인류 경제의 미래 운영체제를 결정하는 뼈대와 같습니다. 누가 미래 부의 흐름을 통제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금융 패권 전쟁의 최종 병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세상은 미국의 새로운 설계대로 흘러갈까요? 글쎄요. 아직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기술적인 이야기와 긴 배경 이야기가 필요하니 다음 호에서 이어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