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정당의 지방선거 생존법 『위성정당 OUT!』 그 후

<글쓴이 최광은> 정직한 모색 운영위원입니다. 민주주의, 불평등, 권력구조를 중심으로 연구를 하고 있고, 대학에서 정치학도 강의하고 있습니다. 최근 펴낸 책으로는 <대통령제의 종언>(2025, 정직한 모색)과 <위성정당 OUT!>(2024, 정직한 모색)이 있습니다. 이메일 gwangeun@gmail.com

『위성정당 OUT!』(2024, 정직한 모색)의 핵심 메시지는 단순하다. 위성정당이 정당 민주주의와 선거 민주주의를 동시에 형해화하는 ‘좀비 민주주의’의 실체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좀비 민주주의란 산송장(living dead)과 같은 선거 민주주의 체제, 곧 “형체는 있으나 실체는 없는 죽은 상태의 민주주의”(12쪽)를 말한다. 선거는 주기적으로 치르되 그 본질은 훼손된 채 겉모습만 민주주의인 체제다. 인간의 외양을 둘렀으나 인간이 아닌 좀비처럼, 정당의 외양을 둘렀으나 진짜 정당이 아닌 가짜 정당이 바로 위성정당이다. 이 책은 제21대와 제22대 총선에서 거대 양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힘으로 무력화한 과정을 보여주고, 그 옆에서 위성정당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만들고 징검다리를 놓아준, 조연처럼 보이는 주연들인 ‘위성진보’ 또는 ‘위장진보’라 부를 수 있는 세력들의 역할을 묘사한다.

이 책은 위성정당의 범주를 총선 시기 동안만 떴다방처럼 잠시 등장했다가 사라진 ‘임시 위성정당’과, 그 술책에 동의하고 그 결과 비례대표 의석 한몫을 챙긴 ‘상설 위성정당’으로 나눈다. 더불어민주연합처럼 한시적으로만 존재했던 정당이 전자라면, 그 우산 아래 헤쳐 모였다가 의석을 나눠 가진 진보당과 기본소득당이 후자, 곧 사실상의 위성정당이다. 한편 위성정당의 형식적 조건을 완벽히 갖추지는 않았으나 실질적으로 본체정당과 한 몸으로 움직인 정당을 ‘준위성정당’으로 따로 분류했다. 제22대 총선의 조국혁신당이 그 예다. 조국혁신당은 임시 위성정당 아래로 들어가지 않고 독자로 비례대표 선거에 나섰다는 점에서 앞의 두 정당과 형식상 차이가 있다. 그러나 “지민비조(지역구 후보 투표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투표는 조국혁신당)”라는 신조어가 말해주었듯, 조국혁신당은 실질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본체정당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사실상의 위성정당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총선 이후 위성정당 문제는 수면 아래로 잠복해 있었으나 이번 6·3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물론 이번에는 위성정당들이 총선 때처럼 하나의 임시 위성정당 아래로 헤쳐 모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른바 진보니 혁신이니를 외치는 그 위성정당들이 더불어민주당을 맴도는 그 익숙한 궤도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임시 위성정당이라는 가설무대만 설치되지 않았을 뿐이다.

진보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울산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적극적으로 후보단일화에 나섰다. 5월 중순 양당 사무총장은 울산시장, 부산 연제구청장 등의 단일화 합의문에 서명했고, 울산에서는 시장은 물론 5개 구·군 기초단체장과 일부 광역의원까지 단일화 대상으로 묶었다. 울산시장 단일화는 막판 여론조사 룰을 둘러싼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결국 100% 여론조사 경선으로 더불어민주당 김상욱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었고, 그는 본선에서 국민의힘 김두겸 후보를 약 3%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보수표가 김두겸 후보와 무소속 박맹우 후보로 갈린 가운데, 언론은 이 신승을 진보당과의 단일화 효과로 풀이했다. 늘 그랬지만 명분은 단순했다. 진보당 측은 단일화의 이유로 “영남 정치를 독점해 온 기득권 정치와 민의를 배반한 내란 세력의 완전 청산”을 내세웠다. 진보당은 자당 후보를 사퇴시키거나 경선에서 양보하며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 중구청장에서는 진보당 후보가 사퇴해 더불어민주당으로, 동구청장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사퇴해 진보당으로 단일화되는 식의 품앗이도 있었다. 그러나 큰 그림에서 진보당은 다시 한번 이른바 ‘민주대연합’의 하위 파트너 자리를 자임했다. 진보당 세력은 지난 총선의 위성정당 참여에 대해 “그것이 위성정당이라 할지라도 한시적이고 제한적인 연대·연합에 불과하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125쪽)는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그 한시적이고 제한적인 연대·연합은 과거에도 그랬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반복되었다. 국민의힘 세력이 살아 있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사실상 영구 전략에 가깝다.

선거연합 자체가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고, 자유로운 선거연합이 사실상 불가능한 한국의 정치구조에 큰 문제가 있는 것도 맞다. 1등만 허용하는 단순다수대표 소선거구제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총선에서의 임시 위성정당 건설과 참여가 용납되는 것은 아니며, 선거 때마다 더불어민주당의 하위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 ‘민주대연합’이라는 만능 논리는 무엇이든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아서, 위성정당 참여든 후보단일화든 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모든 행위는 ‘대의’로 치장된다. 책에서 지적했듯 “민주적 규범의 파괴가 반복되면서 이 규범을 바라보는 잣대 자체가 달라”졌고(131쪽), 규범 파괴에 대한 문제의식은 시간이 흐르며 옅어졌다.

기본소득당의 사례는 더욱 노골적이다. 자당 비례후보를 직접 출마시키면서도, 첨부한 광역비례 공보물에는 아예 “이재명과 함께! 민생개혁 쇄빙선”이라는 문구를 선명하게 박아 넣었다. 그리고 비례대표 후보도 아닌 당 대표 용혜인의 사진을 정중앙에 세웠다. 이 한 장의 공보물에 기본소득당의 자기규정이 압축되어 있다. ‘이재명과 함께하는 용혜인의 당’. 당의 지방선거 캠페인 전체가 같은 좌표를 가리켰다. ‘2026 플레이볼’이라는 야구 컨셉으로 후보들을 “선발진”에 빗대면서, 정책 메시지에서는 “이재명 정부와 함께, 민주당보다 더 과감한 정책으로 앞장서겠”다고 공언했다. ‘쇄빙선’ 비유는 사실 지난 총선 당시 조국혁신당 대변인이었던 신장식이 “조국혁신당이 망치선 역할을 하겠다. 본진(민주당)이 완전히 포위해 달라”(29-30쪽)고 했던 말과 같은 맥락에 있다. 용혜인은 지난 총선에서 자신들이 추구했던 자칭 ‘비례연합정당’은 “민주당의 위성정당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수평적인 연합정치의 모범”이라고 치켜세운 적이 있다(59쪽). 맞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니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이 아니라 이재명의 위성정당이었다. 이재명 정부가 물러나면 또 어떤 이름을 걸려고 할지 궁금하다. 위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다. 남의 빛을 반사만 할 뿐이다.

조국혁신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흥미로운 변화를 보였다. 제22대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 선거에 집중하며 ‘지민비조’로 더불어민주당과 사실상 한 몸으로 움직였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기반 확대를 위해 대거 후보를 출마시키며 독자노선을 시도했다.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당대표 조국이 직접 나선 것이 그 상징이었다. 그러나 이 시도는 역설적으로 준위성정당의 구조적 한계를 다시 드러냈다. 평택을은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국민의힘 유의동, 조국혁신당 조국의 3자 초접전으로 치러졌고, 결국 유의동 후보가 당선됐다. 김용남 후보에 이어 조국 후보는 근소한 차이지만 3등을 했다. 범여권 두 후보가 표를 나눠 가진 사이 국민의힘 후보가 어부지리로 4선 고지에 오른 것이다. 준위성정당이 간판인 조국 선수를 내보내 안타를 노렸는데, 결과적으로 병살타를 친 꼴이 되어버렸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이른바 친명과 친문 세력 사이의 갈등이 포개져 있는 것이기도 했지만, 준위성정당이라는 조국혁신당의 정체성 자체가 딜레마였다. 본진인 더불어민주당을 보완하는 역할에 머물자니 자신들의 파이를 키우기 어려워 보이고, 당 대표를 앞세워 큰 진지를 구축해 본진을 넘보려 했으나 계파 갈등과 중첩되며 자중지란처럼 보이게 되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전체적으로 보면, 숫자로는 더불어민주당의 승리였으나 내용은 승리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숫자로도 기대했던 목표에 결과가 못 미쳤다는 것을 고려하면, 실패로 평가할 수 있겠다. (준)위성정당 가운데 당선자 숫자 면에서 나름 실리를 챙긴 것은 진보당이었으나, 이들의 실리 획득이 곧 민주주의와 진보정치의 발전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재명이라는 이름을 전면에 띄우며 노골적인 선거 전략을 구사한 기본소득당에 대해서는 기존의 표리부동을 벗어던졌다는 점에서 약간 후한 평가를 해줄 수도 있겠다. 지난 총선에서 숭고한 연합정치를 감히 위성정당이라 폄하한다면서 화를 내던 사람들이었으니 제법 큰 변화인 셈이다. 조국혁신당은 조국도 지켜내지 못했고, 구태의연하고 후진적인 평택 선거운동을 보여주면서 혁신과도 더욱 멀어졌다. 생존 자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위성은 본체를 맴돌다 언젠가는 추락한다. 조국의 낙마로 어쩌면 그 시점이 조금 더 앞당겨질 수도 있겠다.

이 책은 2024년 제22대 총선이 끝난 후 위성정당 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던 상황에서, 그 문제를 다시 끄집어 올려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을 찾고자 하는 생각에서 나왔다. 2028년 제23대 총선에서 이 문제가 지난 총선과 똑같은 형태로 등장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다음 총선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와 같은 이번 6·3 지방선거 과정은, 이것이 수면 아래에 여전히 잠복하고 있는 문제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위성정당 너머의 시대는 아직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흔히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하지만, 좋은 정치가 나쁜 정치를 몰아내는 반대 방향도 가능하다는 것이 정치라고 믿고 싶다. 위성정당의 소멸은 결국, 이들의 자멸을 기다리기보다는 좋은 정치와 더 나은 제도의 수립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위성정당 OUT! 그날까지 이 책이 약간의 쓸모가 있기를 바란다.